11 0 0 0 0 0 1개월전 1

40

마흔의 숨

나의 40은 활시위를 단단히 붙들고 고요히 과녁을 응시하는 40이다. 10년, 오고간 대통령 기자실 20년, 노트북 두드린 기자의 손 40년, 한 사람으로 걸어온 길 고즈넉이 친구와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시간. 류재민 작가는 생이 숨쉬는 순간에 대해, 마흔의 숨에 대해 마음의 술잔을 기울인다. 이 책은 제비꽃과 민트 초코, 낙타와 곰, 사막을 걸어가는 동료들을 향한 한 사람의 고백이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모래바람만 서걱거리는 지긋지긋한 삶의 벌판에 낙타들의 행렬이 보이는 듯 사라진다. 창으로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 조각들…멈추지 않고 달리던 생의 시간이, 기차가 쉬었다 가는 시골 간이역처럼 숨을 고른다. 이런 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살 수 있다. 「휴식」 3월이..
나의 40은 활시위를 단단히 붙들고 고요히 과녁을 응시하는 40이다.

10년, 오고간 대통령 기자실
20년, 노트북 두드린 기자의 손
40년, 한 사람으로 걸어온 길

고즈넉이 친구와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시간. 류재민 작가는 생이 숨쉬는 순간에 대해, 마흔의 숨에 대해 마음의 술잔을 기울인다. 이 책은 제비꽃과 민트 초코, 낙타와 곰, 사막을 걸어가는 동료들을 향한 한 사람의 고백이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모래바람만 서걱거리는
지긋지긋한 삶의 벌판에 낙타들의 행렬이
보이는 듯 사라진다.

창으로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 조각들…멈추지 않고 달리던 생의 시간이, 기차가 쉬었다 가는 시골 간이역처럼 숨을 고른다. 이런 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살 수 있다.
「휴식」

3월이면 윤중로를 따라 죽 늘어선 벚나무에 연분홍빛 감도는 하얀 벚꽃이 팝콘처럼 부풀어 오른다…둘은 한참을 걷다 의자에 앉아 세월처럼 흘러가는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문득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나는 단 하나 뿐인 우주, 단 하나 뿐인 존재를 바라보았다. 벚꽃의 꽃말이 ‘아름다운 영혼’ ‘삶의 아름다움’이라고 했던가. 휴식의 시간은 짧았지만, 벚꽃과 군상의 인상은 깊고 길었다.
「벚꽃」

잉태했던 핏줄이 세상에 나와 이렇게 내게 살아갈 의미를 선사하고, 그 의미가 전해준 광활한 에너지. 그 기분을 반구대에 새기진 못할지언정 글이라도 남겨두어야 했다.
「민트 초코」

키는 봄날 담장 아래 핀 보랏빛 제비꽃같이 자그마하고, 얼굴은 여름 들장미처럼 소박하며, 성격은 겸손한 가을 모란을 닮았다. 술에 취해 들어간 나를 대하는 눈빛과 표정은 겨울 난초처럼 매서운, 사계절을 갖춘 ‘꽃’ 같은 여인. 그녀, 나의 아내.
「오 박사」

전쟁기념관을 걸었다. 이태원로 29. 10만 평반미터의 광활한 공간. 기자인 나의 산책로…과거의 전쟁 무기들 사이를 걸었다. 문득 녹슬고 거친 탱크 표면을 쓱 만져 보았다. 차가웠다. 노병의 낡은 철모처럼. 마음이 움찔했다. 사는 게 전쟁 같아서. 꼭 40 같아서.
「전쟁기념관」

아침 온도는 파랗다. 푸른 그림자에 뒤덮힌 회색 아파트 숲 사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 세계의 전체 배경색을 점점 밝히는 존재의 묵직한 걸음 소리에 귀를 쫑긋 기울인다. 고요하다. 붉게 타오르며 이글거리는 1억 5천만km 멀리 있는 불더어리가 떠오르는 소리다…그는 말없이 세계의 배경색을 바꾸며 오늘도 묵묵히 제 일을 시작한다.
「해」

두 사내의 고독과 고단함이 서로의 술잔에 하얗게 담겨 있다. 이따금 위로처럼 들리는 영화음악의 찰랑거림…”벽시계를 보니 10시 10분이더군요. 작은 바늘과 큰 바늘이 마치 두 팔을 벌리고 있는 것 같더군요. 기분 좋은 날엔 ‘만세’ 우울한 날엔 모든 걸 포기한 채 세상에 ‘항복’하고 싶은 것처럼.
「10시 10분」

나의 40은 활시위를 단단히 붙들고 고요히 과녁을 응시하는 40이다.
「활」

얼굴부터 덥수룩한 털은 턱과 목 아래까지 덮어 노련한 자태를 뽐냈고, 짐짝처럼 매단 등허리 혹 두 개. 인생의 고개처럼 굽이친다…작열하는 태양아래 모래바람만 서걱거리는 지긋지긋한 삶의 벌판에 낙타들의 행렬이, 보이는 듯 사라진다.
「낙타」

여자 육상 5,000m 결승 캄보디아 육상선수 ‘보우 삼낭’ 그녀는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조금 느리든 빠르든 목적지에 결국 도달한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 끝까지 뛰었다.”
「작가의 말」
저자(글) 류재민

기자, 현대문학가

문학 소년이 기자가 되어 청와대와 용산을 출입 했습니다. 한 여인을 사랑하고 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습니다. 낮에는 세상을 쓰고, 밤에는 마음을 쓰곤 합니다. 이제 마흔을 지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슬기로운 기자생활〉, 장편소설 〈청자가 사라졌다〉가 있습니다.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